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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개념

4. 최소 노력의 법칙

우리의 뇌는 체중의 2%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20%를 차지할만큼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다. 신체 부위 대부분이 그러하듯, 에너지를 많이 쓰면 그만큼 피로도가 높아지는데(자아고갈,ego depletion) 그래서 뇌 또한 왠만한 일들은 최소한의 에너지를 투입해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뇌 스스로 목적지를 향해 갈 때 가급적 빠르고 쉬운 길을 택해 에너지 소비량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뜻인데 이를 가리켜 최소 노력의 법칙(law of least effort)이라 한다. 사고를 위한 노력은 비용이고 그로 인한 결과를 편익으로 받아들여 '경제적으로' 작동하려는 관성이 우리 뇌에 존재하는 것이다.


문제는, 앞서도 말했듯 이러한 작동 원리가 중요한 사안을 앞두고도 편향을 일으키기 쉽다는 데 있다.



이스라엘의 가석방 전담 판사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들이 각 판결을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 결과, 휴식 등 모든 상황이 기록되었는데 여기서 이상한 점 하나가 발견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는 가석방 승인 비율이 65%까지 올라가는 반면 또다른 상황에서는 거의 0%까지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놀랍게도 이 두 가지 상황의 차이점은 딱 하나, '식사 여부' 였다. 다시 말해, 식사 직후에 내린 판결에서는 높은 가석방 승인 비율을 보여주었고 반대로 식사 직전 공복 상태에서는 대부분의 가석방 신청을 기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비슷한 연구들을 통해서도 인간의 피로도와 배고픔은 판단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지적인 업무 안에서도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아 고갈로 인한 행동의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 익숙하고 쉬운 일이라 판단될 때는 최소 노력의 법칙에 의거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선택하려는 경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인간의 뇌는 생각보다 게으르다. 그리고 그 게으름은 직관적 사고 체계인 시스템1 아래에서 더더욱 뜻하지 않은 편향(bias)들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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